노무현처럼 재임시절에 욕을 많이 들은 대통령도 없을 것이다.
소위 '잃어버린 10년' 동안 진행된 사회 민주화는 언론의 자유를 가져와, 대통령과 신문이 서로 물고 뜯는 생소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다. 물어뜯고 욕해댈 그 자유를 준 소위 좌파정권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 - 물론 약삭빠른 MB씨는 미디어법을 통해 그 자유를 상당 부분 회수하려 하지만.
일부 신문들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많은 4,50대들이 입만 열면 노무현을 욕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노무현 때리기의 정점은 종부세 논란이었지만 그 와중에 저소득층들이 부화뇌동해서 함께 그를 욕한 것은 한편의 씁쓸한 코미디였다. 한나라당의 지지층은 상위 1%와 하위 50%라는 가설을 또 한번 검증한 결과라고나 할까? 물론 지금 그 분들은 조용한 대신 2,30대가 이 삽질정부를 욕하기에 바쁘지만, 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자생적이라는 점에서 이전 상황과는 다르다고 하겠다. 오히려 제도권 언론은 완전히 MB에게 장악되었으며, 이는 최근 들어 MBC마저 정치 뉴스를 다루기를 포기하고 기껏 MB와 중국소년의 미담을 띄우기에 바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쨌든 나는 노무현에게 투표하지도 않았고, 김대중으로부터 이어지는 신자유주의 정책 - 소위 좌회전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기로 표현되는 - 에 재임중에도 그렇게 지지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게 거품물고 노무현을 욕하던 사람들이 그를 다시 그리워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물론 도무지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현 정부의 노골적인 삽질과 실정이 사람들에게 그나마 상식과 염치가 있었던 이전 정권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실정으로 지지를 거둬들였었던 내게도, 퇴임 후에 시골로 돌아가 '노간지'로 불리며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누가 찍었는지 모르지만 외손녀들 태우고 시골길을 달리는 이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퇴임 대통령의 모습이 저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는 감동을 주었었다.
사진 속의 모습으로 계속 머물렀더라면 좋았겠지만... 삽질 정권은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한 박연차 리스트로 노무현 죽이기를 시도했고 이는 그의 석연찮은 죽음으로 결국 현실화되고 말았다. 오늘 주말에 늦은 출근을 하며 라디오를 틀었다가 충격적인 소식에 한참 동안 할 말을 잃었다. 조중동, 매경, 그리고 입만 열면 노빠와 좌빨을 외치던 인터넷 댓글알바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 속이 시원한가?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책을 읽을 수도 없다
원망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하나가 아니겠는가
화장해라
마을 주변에 작은 비석 하나 세워라